운동이 아스피린보다 심혈관 사망률을 두 배 이상 낮춘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아스피린은 500명에게 매일 먹여야 겨우 한 명의 심근경색을 막아 주는 수준입니다. 반면 운동은 심혈관 질환 사망률을 25~30% 낮춥니다. 저는 10년 전 이 사실을 몰랐고, 그 대가를 꽤 오래 치렀습니다.
1. 제가 놓쳤던 협심증 위험신호
어느 날 사무실에서 목 부위와 가슴에 심한 통증이 왔습니다. 처음엔 단순한 근육통이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돌아온 진단명은 변이형 협심증이었습니다. 변이형 협심증이란 관상동맥이 일시적으로 수축·경련을 일으켜 혈류가 급격히 줄어드는 상태를 말합니다. 일반적인 동맥경화성 협심증과 달리 혈관 자체가 좁아지지 않아도 발생할 수 있어 더 까다로운 유형입니다.
협심증의 통증은 흔히 상상하는 것과 좀 다릅니다. 심장이 왼쪽에 있으니 왼쪽 가슴이 아플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가슴 중앙부를 짓누르거나 조이는 느낌이 주를 이룹니다. 어깨와 팔로 뻗어 나가는 방사통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제 경우도 목과 가슴 전체가 꽉 눌리는 느낌이었고, 손가락으로 정확히 짚어낼 수 없는 그 묵직함이 정말 불쾌했습니다.
죽상동맥경화증(동맥경화)이라는 말도 이때 처음 제대로 알았습니다. 죽상동맥경화증이란 혈관 내벽에 LDL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같은 기름찌꺼기가 쌓여 혈관이 점점 좁아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문제는 혈관의 90%가 막혀 있어도 가만히 있을 때는 증상이 없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흉통이 사실은 수년간 쌓인 결과일 수 있습니다.
협심증을 유발하는 주요 위험 요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고혈압: 남성 협심증 환자의 약 65%, 여성의 약 53%가 고혈압을 동반
- 이상지질혈증: LDL 콜레스테롤 또는 중성지방 수치 이상, 남녀 모두 협심증 환자의 약 41%
- 흡연: 남성 협심증 환자의 53%가 흡연자로 보고
- 당뇨병: 혈관 손상을 가속화하는 핵심 인자
저는 당시 이 목록 중 몇 가지에 해당했고, 그게 결국 사무실에서의 그 통증으로 터져 나온 것이었습니다.
2. 심장 우회로를 만드는 '측부순환'의 힘
병원에서는 검사 중 상태가 안 좋으면 시술을 할 수도 있다며 동의서에 사인을 요청했습니다. 스텐트 시술이란 좁아진 혈관 안에 금속 그물망을 삽입해 혈관을 물리적으로 넓혀 주는 중재 시술을 말합니다. 저는 그 서류를 앞에 두고 한참 망설였고, 결국 사인을 거부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심장병이라는 생명과 직결된 장기를 두고 시술을 거부한 건 분명 위험한 선택이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전제는 있었습니다. 한방 치료를 해보되, 진전이 없으면 바로 병원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술은 완전히 끊고, 기름진 음식을 줄이며 식생활 전반을 바꿨습니다. 통증 빈도는 한 달에 두 번에서 한 번, 두 달에 한 번으로 서서히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2년이 지나도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이유가 명확합니다. 운동을 빠뜨렸기 때문입니다. 식생활과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었고, 그 사실을 2년이 지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심장 주변의 관상동맥 안쪽 미세혈관, 즉 측부순환(collateral circulation)이 발달하지 않으면 주요 혈관이 조금만 막혀도 심장 근육에 산소가 부족해집니다. 측부순환이란 심장 근육 안으로 뻗어 들어가는 작은 잔뿌리 혈관들이 서로 연결되어 우회로를 만드는 현상을 말합니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 이 잔뿌리들이 더 많이, 더 촘촘하게 발달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의 건강 유지를 위해 주 150분 이상의 중강도 유산소 운동을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 그 기준도 저는 2년이나 모른 채 살았습니다.

3. 64세 지금, 심장강화를 위한 운동 루틴
60세 생일을 맞으면서 마음을 굳게 먹었습니다. 살기 위한 생존운동이라고 스스로 이름을 붙이고 헬스장에 등록했습니다. 처음에는 달리기를 2분 이상 뛰지 못했습니다. 그 이상이면 가슴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통증이 오기 직전까지만 달리고, 걷기로 전환하는 방식을 반복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걷기와 달리기를 번갈아 하는 인터벌 방식이 심박수 조절에 이렇게 효과적일 줄 몰랐습니다.
중간강도 운동이란 운동하는 동안 땀이 몽글몽글 맺히는 정도, 대화를 이어가기는 하지만 말이 약간 끊기는 정도의 강도를 말합니다. 저는 지금 스마트워치로 심박수를 체크하면서 운동합니다. 안정 시 심박수에 30~40 정도를 더한 수치를 넘지 않는 선에서 강도를 조절합니다. 그 기준을 넘으면 잠깐 멈추고 쉬었다가 다시 시작합니다.
변이형 협심증은 주로 밤이나 새벽 휴식기에 경련이 오지만, 저처럼 혈관 상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을 때는 운동 시에도 통증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지금 하루 운동 루틴은 이렇습니다.
- 오전 헬스장 1시간: 유산소 운동(달리기, 빠르게 걷기, 실내자전거) 30분 + 근력운동 30분
- 점심 식사 후: 운동화 신고 빠른 걷기 40분 이상
- 수시로: 발끝 들기(종아리 근육 강화)를 앉은 상태에서 반복
종아리는 '제2의 심장'이라고 불립니다. 종아리 근육이 수축할 때마다 정맥 혈액을 위로 펌핑해 심장의 부담을 덜어주기 때문입니다. 헬스장에 가지 않아도, 지하철에서도 할 수 있는 발끝 들기를 저는 하루에도 수십 번 합니다. 뒤꿈치를 들고 2~3초 버티다가 내리는 동작인데, 종아리 뒤쪽이 뻐근해질 정도로 반복하는 게 포인트입니다.
제가 직접 4년을 해보니, 처음 2분도 못 달리던 몸이 지금은 30분 이상 달릴 수 있는 몸이 됐습니다. 완치가 된 것 같다는 느낌은 오래됐습니다. 다만 오랜 통증으로 손상된 심장 근육은 완전히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의학 문헌에서 읽고 인정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낫는 것'보다 '강하게 유지하는 것'에 집중합니다.
맺음말
협심증이 있어도 운동할 수 있습니다. 심근경색 환자도 마라톤을 완주한 사례가 1970년대 캐나다 연구에서 이미 기록되어 있습니다. 오히려 운동을 안 하는 것이 더 위험합니다. 중요한 건 강도 조절입니다. 오늘 몸 상태가 예전 같지 않다 싶으면 쉬는 것도 운동의 일부입니다. 운동하다가 갑자기 가슴이 아프거나 어지럽거나 한쪽 팔이 갑자기 힘이 빠진다면 그 즉시 응급실로 가야 합니다.
10년 전 저는 운동이라는 처방전을 너무 늦게 받아 들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혹시 비슷한 상황이라면, 오늘부터 운동화를 꺼내 드시길 권합니다. 작은 습관이 쌓이면 몸이 바뀝니다. 저는 그걸 10년에 걸쳐 직접 확인했습니다.
※ 주의: 본 포스팅은 작성자의 개인적인 경험담이며, 협심증 환자의 운동은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 후 본인의 심장 역량에 맞춰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D1HLIRayP7U
https://www.youtube.com/watch?v=MncQoffrTAU
https://www.youtube.com/watch?v=bHxkLWioWEA&t=258s